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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꼭 PDF만 써야 하나요?’ 변호사들이 내놓은 ‘사기 미제 폭증’ 해소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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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2021년 범인을 잡지 못해 미제로 지정된 사기 사건이 3만 8000건을 넘는다고 한다. 파이낸셜뉴스는 2021년 경찰이 범인을 잡지 못해 수사 끝에 '미제'로 종결 처리한 사기 사건 수는 3만 8258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2018년 6935건, 2019년 8185건, 2020년 1만 792건과 대비해 많이 늘어났다.
경찰은 수사를 진행했지만,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종결 처리가 어려운 사건을 ‘관리미제’로 지정해 별도 관리하고 있다. 피의자를 추정할 수 있는 추가 단서를 확보할 경우 수사를 재개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경찰 내 극심한 인력난 때문에 한 번 관리미제로 지정되면 사실상 사건 종결 처리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관 한 명이 수십 건의 사건을 담당하는 현실상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사건까지 몰두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제가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건 종류가 바로 사기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다른 사건과 달리 사기 사건은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며칠만 지나도 사기꾼이 돈을 은닉하거나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기 미제사건 증가가 우려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 법조계에서는 사기 미제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기 사건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데다, 사건이 점점 쌓이면서 처리 속도가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수사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런 지적 가운데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에서 조금만 바꿔도 미제사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PDF가 아닌 엑셀 파일로 요청하는 건, 결국 변호사가 일을 편하게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우리(법원 직원들)도 야근 많이 한다. 변호사께서도 야근하셔라.”
천호성 법률사무소 디스커버리 대표변호사가 과거 계좌 자료를 PDF가 아닌 엑셀로 요청했다가 들은 말이라고 한다.
천 변호사는 2017년 재산 범죄 피해자를 대리해 민사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그때 회사 돈을 횡령한 대표이사를 고발했지만, 수사기관에서는 문제 되는 계좌 압수수색 영장조차도 신청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관련된 민사소송에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신청해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를 입증하려고 했는데, 계좌 내역을 보다 보니 당초 의심했던 대로 대표이사 측이 여러 차명계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이 됐다. 의심되는 차명계좌에 대해 추가적인 금융거래정보 제출 명령 신청하면서 확인해야 하는 계좌의 범위가 수십 개, 거래명세는 수만 건에 이르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
문제는 전자 소송시스템 증거회신 방식인 ‘PDF’ 파일을 통해서는 돈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천 변호사는 “사건에서도 대략 9년 치 50개 계좌번호를 조회해 총 5만 건 이상 거래내역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PDF는 검색조차 되지 않는 일종의 그림파일이다. 왜 계좌 회신을 PDF 파일을 통해서만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천 변호사가 엑셀 파일로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였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은행에서는 ‘엑셀 파일을 소송 당사자에게 준 전례가 없으니, 법원 관계자 메일 주소로 보내면 그걸 받아 봐라’고 했다. PDF 파일이나 엑셀 파일이나 내용은 같은데 굳이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라고 했다.
법원 직원은 한 술 더 떴다. 법원 사무관은 ‘그냥 야근하라’는 황당한 얘기를 했다. 천 변호사가 판사에게 읍소해 결국 중재안에 따라 엑셀 파일을 받아낼 수 있었는데, 이 과정이 대략 8개월 정도 걸렸다고 한다. 천 변호사는 “약 4년 뒤 대표이사는 결국 횡령 혐의가 입증돼 구속됐다. 가장 결정적인 구속 이유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확보한 계좌내역이 범죄를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재산범죄에서 피의자 혐의를 입증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은 계좌내역이다. 금융 거래, 계좌 내역을 보는 기업에서 PDF로 보는 경우는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이런 상황을 감내해야만 한다. 형사전문 변호사들은 통상의 경우는 문제가 덜하지만, 피해액이 크고 피해자가 다수인 금융·코인·주식·전세 사기 등에 있어서 법원 회신을 PDF가 아닌 엑셀 파일로 받을 수 있게 바꿔주는 사소한 제도 변화만으로도 재산범죄 피해자들의 권리구제 및 피해회복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외에도 천 변호사는 구속 기간 연장, 담보 공탁 등 조건부 열람 등사 허용 등도 변화해야 할 제도로 꼽았다. 천 변호사는 “형사고소 사건에서 사기 관련 계좌는 담보 공탁을 받거나 서약서를 쓰는 조건 등을 걸고 피해자에게 열람 등사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본다. 계좌에는 범행 관련 공범이나 은닉재산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소 초기에 수사기관이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계좌를 확보하고, 그 계좌에 대한 피해자의 열람 등사를 허용한다면 수사 인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천 변호사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범죄 종류와 피해 경중을 일절 고려하지 않고 구속 수사 기간을 3개월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문제다. 수사기관 입장에서 3개월 안에 기소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아예 구속영장 청구를 시도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지급정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상준 변호사는 “사기 피해자는 사기를 당했다는 것 자체도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힘든 일이지만, 피해회복이 어렵다는 게 사실 가장 힘든 부분이다. 피해회복을 위해서는 신속한 수사, 자금동결이 이뤄져야 하는데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면서 “요즘 많이 발생하는 사기 사건의 유형이 SNS(소셜미디어), 전화 등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인데 해당 유형 사건은 전기통신 관련 특별법상 ‘지급정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해자를 검거해 형사처벌 받게 한다고 하더라도 사건 초기에 자산동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회복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부분에 입법자들이 너무 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기 미제사건 폭증 이유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꼽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형사사건을 많이 맡아 본 한상준 변호사와 천호성 변호사 의견이 각각 엇갈렸다. 먼저 한 변호사는 “격하게 공감한다. 수사 기간 자체가 너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수사권 자체가 경찰로 넘어간 뒤 검찰 지휘를 받지 않다 보니 사건 처리 기간에 대한 데드라인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진행하는 사건도 3년 넘도록 경찰에 방치돼 있다. 아무리 이의제기하고 청문감사실에 진정서를 제출해도 처리가 안 되고 있는데 수사권이 검찰에도 있던 때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두 번째는 검찰에 수사 권한이 없다 보니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경우에도 직접 수사를 보완하지 못하고 보완 수사를 다시 경찰에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처리 기간이 매우 비상식적이라고 생각될 만큼 장기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처리 안 하려고 그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불송치 권한이 주어지다 보니 변호사들 사이에 ‘모르면 불송치’, ‘어려우면 불송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송치가 남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천 변호사는 완전히 동의하긴 어렵다고 했다. 천 변호사는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겠지만 수사권 조정되면서 경찰 1차 수사종결권과 그에 대한 검찰 보완 수사 요구권이라는 제도 변화로 미제사건의 산정 기준에 따라 수치상으로 미제사건이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천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도 대부분 사건은 검찰 수사 지휘에 따라 경찰이 수사를 직접 수행했고, 검찰이 직접 수사를 진행한다고 해서 더 많은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한상준 변호사는 경찰 내에 고소 건을 필터링하는 장치나 기관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경찰에 사건이 너무 많아 경찰관들도 수사 관련 부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일단 고소가 되면 모든 사건을 검토하고 고소인 조사가 이뤄져야 해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경찰 내에 사건기록을 검토해 범죄구성요건을 ‘명백히’ 갖추지 못한 사건들을 걸러내는 절차가 마련된다면 수사관들의 업무도 경감되고 사건당 평균 수사 기간도 단축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은 수사를 진행했지만,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종결 처리가 어려운 사건을 ‘관리미제’로 지정해 별도 관리하고 있다. 피의자를 추정할 수 있는 추가 단서를 확보할 경우 수사를 재개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경찰 내 극심한 인력난 때문에 한 번 관리미제로 지정되면 사실상 사건 종결 처리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관 한 명이 수십 건의 사건을 담당하는 현실상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사건까지 몰두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제가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건 종류가 바로 사기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다른 사건과 달리 사기 사건은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며칠만 지나도 사기꾼이 돈을 은닉하거나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기 미제사건 증가가 우려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 법조계에서는 사기 미제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기 사건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데다, 사건이 점점 쌓이면서 처리 속도가 더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수사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런 지적 가운데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에서 조금만 바꿔도 미제사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PDF가 아닌 엑셀 파일로 요청하는 건, 결국 변호사가 일을 편하게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우리(법원 직원들)도 야근 많이 한다. 변호사께서도 야근하셔라.”
천호성 법률사무소 디스커버리 대표변호사가 과거 계좌 자료를 PDF가 아닌 엑셀로 요청했다가 들은 말이라고 한다.
천 변호사는 2017년 재산 범죄 피해자를 대리해 민사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그때 회사 돈을 횡령한 대표이사를 고발했지만, 수사기관에서는 문제 되는 계좌 압수수색 영장조차도 신청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관련된 민사소송에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신청해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를 입증하려고 했는데, 계좌 내역을 보다 보니 당초 의심했던 대로 대표이사 측이 여러 차명계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이 됐다. 의심되는 차명계좌에 대해 추가적인 금융거래정보 제출 명령 신청하면서 확인해야 하는 계좌의 범위가 수십 개, 거래명세는 수만 건에 이르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
문제는 전자 소송시스템 증거회신 방식인 ‘PDF’ 파일을 통해서는 돈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천 변호사는 “사건에서도 대략 9년 치 50개 계좌번호를 조회해 총 5만 건 이상 거래내역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PDF는 검색조차 되지 않는 일종의 그림파일이다. 왜 계좌 회신을 PDF 파일을 통해서만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천 변호사가 엑셀 파일로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였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은행에서는 ‘엑셀 파일을 소송 당사자에게 준 전례가 없으니, 법원 관계자 메일 주소로 보내면 그걸 받아 봐라’고 했다. PDF 파일이나 엑셀 파일이나 내용은 같은데 굳이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라고 했다.
법원 직원은 한 술 더 떴다. 법원 사무관은 ‘그냥 야근하라’는 황당한 얘기를 했다. 천 변호사가 판사에게 읍소해 결국 중재안에 따라 엑셀 파일을 받아낼 수 있었는데, 이 과정이 대략 8개월 정도 걸렸다고 한다. 천 변호사는 “약 4년 뒤 대표이사는 결국 횡령 혐의가 입증돼 구속됐다. 가장 결정적인 구속 이유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확보한 계좌내역이 범죄를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재산범죄에서 피의자 혐의를 입증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은 계좌내역이다. 금융 거래, 계좌 내역을 보는 기업에서 PDF로 보는 경우는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이런 상황을 감내해야만 한다. 형사전문 변호사들은 통상의 경우는 문제가 덜하지만, 피해액이 크고 피해자가 다수인 금융·코인·주식·전세 사기 등에 있어서 법원 회신을 PDF가 아닌 엑셀 파일로 받을 수 있게 바꿔주는 사소한 제도 변화만으로도 재산범죄 피해자들의 권리구제 및 피해회복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외에도 천 변호사는 구속 기간 연장, 담보 공탁 등 조건부 열람 등사 허용 등도 변화해야 할 제도로 꼽았다. 천 변호사는 “형사고소 사건에서 사기 관련 계좌는 담보 공탁을 받거나 서약서를 쓰는 조건 등을 걸고 피해자에게 열람 등사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본다. 계좌에는 범행 관련 공범이나 은닉재산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소 초기에 수사기관이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계좌를 확보하고, 그 계좌에 대한 피해자의 열람 등사를 허용한다면 수사 인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천 변호사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범죄 종류와 피해 경중을 일절 고려하지 않고 구속 수사 기간을 3개월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문제다. 수사기관 입장에서 3개월 안에 기소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아예 구속영장 청구를 시도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지급정지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상준 변호사는 “사기 피해자는 사기를 당했다는 것 자체도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로 힘든 일이지만, 피해회복이 어렵다는 게 사실 가장 힘든 부분이다. 피해회복을 위해서는 신속한 수사, 자금동결이 이뤄져야 하는데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면서 “요즘 많이 발생하는 사기 사건의 유형이 SNS(소셜미디어), 전화 등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인데 해당 유형 사건은 전기통신 관련 특별법상 ‘지급정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해자를 검거해 형사처벌 받게 한다고 하더라도 사건 초기에 자산동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회복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부분에 입법자들이 너무 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기 미제사건 폭증 이유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꼽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형사사건을 많이 맡아 본 한상준 변호사와 천호성 변호사 의견이 각각 엇갈렸다. 먼저 한 변호사는 “격하게 공감한다. 수사 기간 자체가 너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수사권 자체가 경찰로 넘어간 뒤 검찰 지휘를 받지 않다 보니 사건 처리 기간에 대한 데드라인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진행하는 사건도 3년 넘도록 경찰에 방치돼 있다. 아무리 이의제기하고 청문감사실에 진정서를 제출해도 처리가 안 되고 있는데 수사권이 검찰에도 있던 때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두 번째는 검찰에 수사 권한이 없다 보니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경우에도 직접 수사를 보완하지 못하고 보완 수사를 다시 경찰에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처리 기간이 매우 비상식적이라고 생각될 만큼 장기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처리 안 하려고 그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불송치 권한이 주어지다 보니 변호사들 사이에 ‘모르면 불송치’, ‘어려우면 불송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송치가 남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천 변호사는 완전히 동의하긴 어렵다고 했다. 천 변호사는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겠지만 수사권 조정되면서 경찰 1차 수사종결권과 그에 대한 검찰 보완 수사 요구권이라는 제도 변화로 미제사건의 산정 기준에 따라 수치상으로 미제사건이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천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도 대부분 사건은 검찰 수사 지휘에 따라 경찰이 수사를 직접 수행했고, 검찰이 직접 수사를 진행한다고 해서 더 많은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한상준 변호사는 경찰 내에 고소 건을 필터링하는 장치나 기관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경찰에 사건이 너무 많아 경찰관들도 수사 관련 부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일단 고소가 되면 모든 사건을 검토하고 고소인 조사가 이뤄져야 해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경찰 내에 사건기록을 검토해 범죄구성요건을 ‘명백히’ 갖추지 못한 사건들을 걸러내는 절차가 마련된다면 수사관들의 업무도 경감되고 사건당 평균 수사 기간도 단축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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