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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테라·루나, 암호를 풀다]⑫ “고객돈 3조 횡령” 의혹 잇따라…수사로 밝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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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07회 작성일 22-07-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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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사태, 전세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건입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습니다. 그런데 루나가 무엇인지, 왜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KBS는 이 암호 같은 '테라·루나'를 A부터 Z까지 찬찬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은행,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이런 기관들의 개입 없이 블록체인에서 제공되는 금융 서비스를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라고 합니다.

디파이의 큰 장점은 모든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기록된다는 겁니다. 이 기록은 되돌리기도, 조작하기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누구나 볼 수도 있습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고전적인 횡령은 디파이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남들도 다 들여다볼 장부를 '나 홀로 몰래' 조작하는 건 거의 마법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 과연 불가능할까…코인 횡령?

그러나 경찰이 백 명 이어도 도둑은 있기 마련입니다. 동서고금 그랬습니다.

누구나 지켜보는 장부지만 돈의 흐름을 몹시 어렵게 꼬아버린다면? A 코인을 B로 바꾸고, B를 또 C로, C를 또 D로…마구 바꾼다면 추적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테라 발행사인 테라폼랩스가 이런 방법으로 코인을 바꿔치기해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의혹 제기를 따라가 봅니다.

■ 테라 폭락 이후, 추적해봤더니…

루나와 테라가 폭락한 후, 테라의 자금 거래내역을 추적한 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디파이 팟캐스트 진행자인 트위터리안 @fozzydiablo(이하 포지)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포지 씨는 테라의 이름표를 단 전자지갑들과 블록체인에서 연결된 지갑들을 추적했습니다. 그러다 수상한 패턴을 발견합니다. 이 지갑들이 거액의 루나를 UST(US테라, 미국 달러에 페그된 테라)로 바꾸고, 바꾼 UST를 계속해서 빼내더라는 겁니다. 한 번에 적게는 수백만 개에서 많게는 수천만 개씩 말이죠.


포지 씨는 테라 발행사 측의 지갑에서 UST 약 28억 달러 치가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돈으로 3조 6천억 원에 달합니다. 정리된 자료는 이곳(https://dune.com/fozzydiablo/TFL-Exit-Liquidity)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포지 씨 외에 국내 블록체인 보안기업 '웁살라시큐리티'도 온체인 분석을 통해 4조 6천만원에 달하는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 3조 원대 코인, 바꾸고 바꾸고 또 바꾸고…

3조 6천억 원어치의 UST가 이동한 과정이 좀 복잡합니다. 테라가 거액의 UST를 시장에 바로 내놨다면, 바로 그 순간 폭락이 일어났을 겁니다. 엄청난 물량이 시장에 한꺼번에 풀리니까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택했습니다.

먼저, 이미 갖고 있던 다량의 루나를 UST로 바꾸었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알고리즘을 통하기만 하면 되니 어렵지 않았겠죠.

포지 씨는 테라가 이 UST를 '디젠박스'라는 프로토콜에 팔았다고 말합니다. 디젠박스는 UST를 굴려 이자 수익을 극대화 시켜주는 일종의 금융 서비스입니다. 이곳에 UST를 팔고, MIM이라는 코인을 받습니다.

그리고 MIM 코인을 또다른 코인으로 바꿉니다. USDC(US달러코인)와 USDT(테더) 라는 코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 중 가장 달러에 가깝고 안정적인 것들입니다. 테라에서 일한 개발자도 KBS 취재진에 "권도형 대표가 가상 자산 대부분을 테더로 가지고 있었다"고 확인해줬습니다.

이런 복잡한 교환 과정을 거친 뒤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로 빠져나갔습니다. 대부분 '바이낸스'라는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였습니다. 이후의 흐름은 거래소의 협조 없이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포지 씨는 KBS 취재진에 "테라는 테라와 루나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돈을 지속적으로 빼내기 위해 이런 방법을 썼다"고 지적했습니다.

권 대표, 지금까지 제기된 수많은 의혹에 묵묵부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의혹에는 즉각 대응했습니다.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습니다. "지난 2년간 번 돈은 테라 재단에서 받은 월급밖에 없다.", "나도 루나 폭락으로 가진 것의 대부분을 잃었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 테라 개발자 "3조 원은 사실상 투자금 횡령"

테라 시스템을 잘 아는 전 개발자 A 씨는 이 자금 흐름이 '새로운 유형의 횡령'이라고 설명합니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빼돌린 셈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돈을 주고 루나를 구매한 뒤 교환하는(스왑) 방식으로 UST를 얻습니다.

반면, 문제의 전자지갑은 대가를 치르지 않고 미리 발행해두었던 루나로 UST를 만들었습니다. 투자자들이 구매할 루나를 빼돌린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테라 전 개발자 A 씨
"이 UST는 사실상 '공중에서 찍어낸 코인'입니다. 이걸 보면서 당시 테라 개발자들끼리 안에서 '여긴 조폐공사보다 더하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일반 투자자들은 UST를 구하려면 루나를 구매했어야 하지만, 테라는 재단이 미리 찍어내 가지고 있던 루나를 UST로 바꾸기만 했을 뿐입니다. 재단이 돈을 주고 코인을 산 게 아니라 코드의 숫자 몇 개를 바꿔서 만들어낸 코인인 거죠."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두 가지 큰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돈을 들이지 않고 거액을 만들어 숨겼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방식으로 코인을 만든 뒤, 이걸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꿔 거래소로 빼냈습니다.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3조 원 넘는 금액을 현금 직전의 상태로 바꿨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테라와 루나 코인을 부실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체 없는 UST를 담보로 코인을 이리저리 빼내기만 했으니, 테라 앵커 프로토콜엔 부실한 코인이 쌓여갔습니다. 테라 페그가 붕괴된 지난 5월, 이 부실 코인들이 일순간에 청산되면서 가격 급락을 부추겼습니다.

■ "배임죄도 가능"…관건은 수사

전문가들은 테라의 복잡한 자금 흐름에 대해 배임죄는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루나 코인을 발행해 회사 성장과 개발에 쓴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 옮겼기 때문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배임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
"수상한 흐름의 UST는 사실상 투자자들로부터 편취한 금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법인의 자산인 루나의 행방을 불명확하게 만들고 은닉한 것이기 때문에 배임 혐의를 구성하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건 수사입니다. 테라 사건을 수사 중인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수사는 여전히 더딘 상황입니다. 최근 검찰 인사로 수사팀도 일부 바뀌었습니다.

자금 흐름을 추적하려면 지갑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데, 검찰은 주요 거래소에 아직 수사 협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합수단은 권도형 대표 등에 대한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만 우선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 범위를 배임 등으로 넓힐 수 있을까. 개발자 A 씨는 "생소하고 어려운 수법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테라 루나와 같은 폭락 사태는 앞으로 매년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테라·루나 용어 해설

☞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정부나 기업 등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기술로 가동되는 금융 서비스.
☞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 :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 테라를 예금하면 연리 20%를 주고,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삼아 테라를 대출해주기도 함.
☞ 페깅(pegging) : 통화나 상품의 가치를 안정적인 자산에 고정하는 것. 테라의 UST는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됨. 1 UST가 1달러 가치에서 벗어난 상태는 '디페깅'이라고 함.
☞ 스테이킹(staking)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특정 플랫폼에 넣고, 플랫폼 운영에 참여하는 행위. 테라의 경우, 자매 가상화폐인 루나로 앵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걸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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