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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대기업맨 어쩌다 파트타이머 됐나...'코인낭인' 뒤 숨은 범인 [2030 ‘빚투코인’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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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08회 작성일 22-08-3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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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빚투족 세 번 울린 사기와 무정책
6개월간의 가상자산 투자는 이모(31)씨의 삶을 연봉 7500만원 대기업 사원에서 파트타이머로 바꿔놨다.

이씨가 농협에서 빌린 5000만원으로 본격적인 알트코인(비트코인이 아닌 코인) 단타 매매에 나선 건 지난해 11월. 이미 2018년 호기심에 산 100만원어치 이더리움이 1년 만에 2200만원이 되는 횡재를 맛본 이씨는 수직 상승 그래프에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곧 하락장에 휩쓸려 원금을 잃자 ‘물타기(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기 위한 추가 매수)’를 위해 인터넷 은행 신용대출과 카드론에 차량담보 대출까지 동원했다.

9300만원의 빚을 지고 찾아온 이씨에게 법원은 지난 2월 매달 250만원씩 변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씨는 소득을 낮춰 변제금을 줄이려고 직업도 바꿨다.

하지만 이씨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지난 5월 지인들에게 끌어모은 3000만원을 루나에 쏟아부은 것. 이미 알고리즘 사기 의혹이 제기돼 루나의 폭락이 시작됐지만 이씨는 일시적 반등을 노리고 ‘하따(하한가 따라잡기)’에 나섰다고 한다. 이씨는 “전날 대비 -70%라 바닥이라 믿었는데, 다음 날 -99%가 됐다”고 말했다. 5월말~6월초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ㆍ빗썸ㆍ코인원ㆍ코빗ㆍ고팍스)가 루나를 줄줄이 상장 폐지하면서 김씨의 3000만원은 영원히 사라졌다.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코인 시장 특유의 극심한 변동성ㆍ불투명성에 알고리즘 사기와 다단계식 사전판매 사기 등 불법행위가 맞물리면서 빚투족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폭락장과 알고리즘 사기의 쓴맛을 모두 본 경우다.

상장이 폐지되면 투자자는 한 푼도 건질 수 없다.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유의종목 지정, 거래중지, 상장폐지 등 나름의 절차가 있지만 조치를 내리는 시점과 기준은 제각각이다.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 전 과정을 자율에 맡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4월~지난 3월 5대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코인은 103개다. 피해를 본 투자자는 300만명, 상장폐지 당일 보유 잔액은 1848억원으로 추정된다. 집계에서 빠진 테라ㆍ루나는 일주일여 만에 시가총액 58조원이 증발해 세계적 뉴스가 됐다. 피해를 본 국내 투자자는 28만명(금융위원회 추산)에 달한다.

경찰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다단계ㆍ유사수신 범죄의 피해 규모도 해마다 늘고 있다. ICO(Initial Coin Offeringㆍ가상화폐 공개) 및 상장을 앞둔 코인을 사전 판매(pre-sale)한다는 명목으로 ‘짝퉁 코인’을 다단계 판매망을 통해 파는 방식이 주종이다. 2017년부터 최근 5년간 가상자산 다단계ㆍ유사수신 범죄 피해액은 경찰이 파악한 것만 4조7423억원(2021년 2조원대 ‘브이글로벌’ 피해 포함), 피해자 수는 1만 2157명에 이른다. 경찰청 관계자는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다단계 판매조직이 아이템만 짝퉁 코인으로 바꾼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전 연령대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코인민심 눈치에 손 놓은 정부ㆍ정치권
이같은 무규범ㆍ무질서 상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7년 비트코인 가치가 1500% 이상 치솟으며 잡코인들의 가격이 덩달아 요동치자 문재인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대응기구를 꾸리고 거래자금 환치기, 다단계ㆍ유사수신 등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수백만명이 뛰어든 가상자산 시장을 ‘투기’로 규정하는 데 급급했다. 이듬해 1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가 사실상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 말은 문재인 정부의 인식을 극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일명 ‘박상기의 난’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발표 후 가상자산 시장이 폭락해 2030 민심이 이반하자 이후 정부는 가상자산의 법적 개념을 확정하는 일에서도, 거래의 규칙을 정하는 논의에서도, 투자자 보호 조치를 마련하는 과제에서도 모두 손을 놓았다.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해 2021년 3월부터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한 게 사실상 입법적 조치의 전부였다. 같은 해 4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로,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을 정부가 다 보호할 순 없다”고 말해 가상자산 수익을 과세대상으로 삼겠다는 기획재정부와 엇박자를 냈다.

정부가 손 놓은 사이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약 8100만원)를 경신하는 코인 광풍이 다시 몰아쳤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시장 참여자 수는 500만명을 넘어섰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가상자산 거래소(24곳)에 한 번이라도 로그인한 이용자는 1525만명, 그중에서 실명 인증까지 한 사용자는 558만명이다. 이들의 과반(55%)이 2030이었다.

지난 3월 대선 땐 규제나 합리화 조치는커녕 2030 중심의 가상자산 투자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 공약 경쟁이 불붙었다. 지난 1월 업비트를 방문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가상자산을 외면하면 구한말 쇄국정책”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모두 “투자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를 공약했다.

아무런 보호벽도 없는 시장에서 광풍에 휩쓸렸다가 나락에 떨어진 개미들이 최근 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 앞에 줄 잇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 정부의 개입을 촉구한다. 신문배달원이 된 이씨는 “코인 시장 규모가 커진만큼 주식시장처럼 변동성을 잡아주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가 그냥 입 닫고 있으면 더 큰 실패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회생 중인 성모(25)씨는 “정부가 표나 지지율 때문에 일부러 대책을 안 세우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거래소 정리를 좀 일찍 시작했으면 사기 발행 피해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움직임도 더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민관합동 디지털자산TF를 구성했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가상자산을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의 중간자적 형태로 보고 거래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ㆍ여당에서 나오지만 아직 국회엔 거래소 진입 규제와 건정성 규제, 투자정보 의무공시 제도 등을 담은 13개 법안이 난립 중이다. 가상자산의 개념정의부터 담길 거래기본법 논의가 지연되자 기획재정부는 2023년 1월로 예정된 가상자산 과세 시기를 2025년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여권에선 아예 미국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에 방향을 정하자는 현실론도 나온다.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 관계자는 “4분기 중 미 바이든 행정부의 가상자산 관련법 논의 결과가 나오면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투자는 자기 책임에 따르는 게 원칙이지만 책임을 지려면 사전에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며 “투자자에 비해 정보의 우위를 점한 거래소와 발행자가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수익은 고위험과 동전의 양면이라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어느 정도 자리잡혔을 것”이라며 “정부는 판매자들이 적정한 가상자산을 추천했는지, 설명 의무를 다했는지, 시스템 자체가 안정적인지 등을 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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